카이스트에서의 석사과정은 내게 매우 큰 경험이었고 소중한 기회였다.


사실 학부 3학년까지만 해도 미래에 대한 계획은 거의 없었다. 취직보다는 대학원을 조금더 선호했던거 같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대학원을 가겠다는 생각도 해본적이 없었다. 그저 시험기간 2.5주전부터 시험공부하고, 시험 끝나면 놀고...방학때 여행다니고를 몇학기 반복하다보니 벌써 졸업학년이 되어버렸다. 4학년에 진학하기 직전인 2011년 초..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어느정도 구체화 되고 있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어느 세부 분야를 전공해야 할지도 몰랐다.


한양대 전자과 학부때 배우는 커리큘럼은 꽤 탄탄했다. 학생들이 전자과의 다양한 세부전공을 공부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목이 개설 되었고 충분히 깊숙히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심화과목도 개설 되어 있었다. 다만 많은 학생들은 공부하기 어렵고 성적 따기 어렵다고 알려진 RF나 광전자공학은 기피했다. 하지만 나는 약간 생각이 달랐다. 그 과목을 공부해보지도 않고 자기랑 안맞을꺼 같다고 생각해버리는것보다는 전공과목을 공부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정말 다양한 전공과목들을 들었다.


▼ 한양대학교 전자과 개설과목 (2009~2012년도)


디스플레이공학, 회로, 통신, 반도체, 광전자공학, RF공학등을 다 들어보고 나니 물리베이스의 광전자/RF공학은 전자기학과 어느정도 연계되어있어서 2학년때 배운 전자기학을 좀 더 복습하는 계기가 되었고 반도체의 경우는 물리베이스이면서도 굉장히 실질적인 실험이 수반되는 과목이었다. 4학년 1학기, 반도체공정수업과 디스플레이 공정수업을 들으면서 팹을 처음 들어가보았고 반도체 공정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반도체분야는 어릴때부터 어느정도 신기?해 하던 분야기도 했고 그렇게 막연한 관심만 가지고 있다가 실제 실험과 이론을 배워보니 정말 알아가는 재미?!가 느껴졌다. 



▼ 4학년때 반도체공정 수업을 들으면서 방문한 한양대학교 공업센터 3층에 위치한 팹.




4학년 1학기 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3가지였다.


1. 한양대학교 대학원.

먼저 한양대학교 대학원이 가장 끌렸던것은 사실이다. 일단 모교 대학원을 가게되면 진학과정도 매우 수월하고 시험도 거의 안볼뿐더러 집이랑도 가까웠고 이미 안면이 있는 교수님들과 익숙한 캠퍼스에서 계속 마주하는 일이 아예 새로운 환경에 가는것보다는 쉬웠다. 게다가 한양대의 반도체 관련 분야도 탄탄한것이, FTC라는 최첨단 팹을 최근에 지어서 삼성전자과 하이닉스 등의 회사들과 차세대 메모리 개발 공동연구를 하고 있었다. 


▼ 한양대 FTC 모습



2. 카이스트 대학원.

자교로 가지 않는다면 두번째로 고려했던 옵션이 바로 카이스트. 카이스트의 경우 국내에서 최고의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자과 대학원 랭킹에서도 왠만한 미국대학원들보다 랭킹이 높을정도로 우수한 학교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학교내의 나노팹센터, 학생용 팹 2개를 가지고 있으며 기업들의 연구비를 쓸어담을?정도로 지원이 빵빵하다. 게다가 입학과 동시에 전원 장학생 신분 (국비, KAIST, 기업)이므로 학비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단점으로는 대전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점?!


▼ 4학년 여름방학때 참가했던 카이스트 EPLL Summer Camp 프로그램중..




3. 바로 유학.

마지막으로 학부 졸업하자 마자 유학가는 옵션.. 이건 사실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무 연구 경력도 없이 미국 탑10이내의 좋은 연구실을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는것은 쉽지 않고 전자과에서 그것도 반도체분야라면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석사를 하며 연구경력을 어느정도 쌓고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나는 어릴때부터 한국의 전자업계가 우리나라의 위상을 끌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 동경?의 마음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 회사에서 연구해서 우리나라를 멋지게 더 키우고싶다?!라는 생각도 했왔던 터라 국내에서 석사를 하며 국내 기업들과의 공동연구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는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국내 여러 대학들에서 우수하다고 하는 학점좋은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학교에서 모여서 다양성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알아보니 연구시설도 훌륭했고 전자업계에서 카이스트출신 엔지니어들이 이미 많이 포진하고 있기에 (물론 이건 한양대도 비슷하긴하다) 카이스트를 선택했다. 자교대학원은 아무래도 자교생들 위주지만 카이스트는 자교생비율보다 타교생비율이 훨씬 더 높고 (실제로 나 석사 들어갔던 2012년에 카이스트 전자과 신입생들중 타교생이 100이라면 자교생이 70정도..) 서울대 대학원은 학부때 타교생에 대한 차별이 심하다는 루머(?)가 있어서 선택하지 않았다.


▼ 당시 카이스트 석사 입학전형 일정표


카이스트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점이 좋아야 하고 구술면접을 봐야 하는데 학부 4년동안 공부한 내용중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나의경우 반도체)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예를 들어 통신, 회로, 컴퓨터, 안테나 등등)에서도 시험문제가 나온다. 시험은 3개의 방에 한명씩 차례대로 들어가서 각 방당 3명의 교수님들과 10분가량 구술로 이루어지며 쉬운 문제로 시작해서 학생이 거의 대답을 못할때까지 깊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면접후기는 이미 모 카페에 올려두었지만 여기에도 올려본다.


▼ 2011년 8월 29일 오후 3시 38분.. 면접 끝나고 나오면서 찍은 카이스트 전자과 건물..




면접공부를 하기 위해 여름방학때 친구와 스터디를 한달정도 했고 그 친구는 한양대 대학원으로 진학했지만 정말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아직도 고마운 친구! 수업시간에도 2시간걸리는 통학거리임에도 늦은적 한번 없고 전공내용도 잘 이해해서 4년 내내 많이 도와준 친구다. 삼성전자에서 열심히 일하시길! ㅎㅎ


아무튼 카이스트면접은 아래 후기처럼 적당히 마무리지었고 합격발표 나기 전에 관심있던 교수님들께 메일을 드렸고 최종 합격과 함께 내가 원하던 연구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차세대반도체분야를 활발하게 연구하는 연구실이었고 거기서 삼성전자와 함께 2년간 '15나노 이하 차세대 로직 디바이스를 위한 Germanium MOSFET공정 개발'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두개로 나누어 써야 할듯하다. 카이스트에서의 2년 연구경험은 다음글에..












▼ 대학원 진학 카페에 올린 카이스트 전기및 전자공학과 2012년 전기 석사 인터뷰 후기 

첫방(통신)

들어가서 자기소개 했습니다.


교수님1: 성적이 좋네? (교수님2에게) 물어보지 말까요?

교수님2: 하나만 하죠. Linear가 뭐죠?

나: Linearity는 Homogeneity와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2: y=x+1은 linear한가요?

나:뒤에 상수1때문에 안그럽니다.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2: 그럼 non linear한건 뭐죠?

나: 보통 opamp, TR등이 non-linear합니다. Lumped한 L,C,R같은 회로소자는 Linear합니다. 

교수님2: 그래프로 linear한거 그려봐요.

나: (잠시 머리가 멍했다가, y=x그렸음..)

교수님2: nonlinear한건 그래프가 어떻게 되죠?

나: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음;;-_-; 지금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막상 교수님앞에선 쉬운것도 머리가 멍해져서 ㅋㅋ)

교수님: 다 잘 하다가 마지막에 그러네요.. (약간 웃으시면서) 수고했어요 나가보세요~

나: 감사합니다. (총 5~6분정도 걸린듯..)


두번째방(반도체) 

먼저 자기소개하고...제가 반도체쪽이 주전공으로 선택했고 그쪽으로 진학하려고 했기에 긴장하고 들어갔죠. 자소서에 인텔의 최신 반도체등등 차세대반도체쪽으로 가고싶다라고 썼더니..


교수님1: 인텔의 3D반도체에 대해 알고 있나?

나: (예상했기때문에..) 네, Channel Region을 3D로 만들어서...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1: 왜 그렇게 해야하지?

나: High K를 쓰고 gate를 3D로 만들어서 gate에 의한 control능력을 높이고 leakage current도 줄입니다. 전류량도 높이면서..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2: 모빌리티가 doping농도에 따라 무슨 영향이 있나? 

나: Impurity Scattering때문에 낮아질꺼같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2: 온도영향은?

나: 온도가 낮을때는 impurity scattering, 높을때는 lattice scattering때문에 mobility가 낮아진다고 알고있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1: 알고있습니다라고 소극적으로 대답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있게 대답해도 되요. 

나: (다음부터는 ~입니다.로대답함..)

교수님2: Surface쪽으로 가면 mobility가 어떻게?

나: Si와 SiO2층 사이에는 Interface trap charge, 즉 dangling bond가 있습니다. 당연히 ...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1: 그럼 그거 없앨라면 어떻게?

나: Hydrogenated를 사용하면 Qit를 없앨수있습니다.

(어느 교수님이 어떤 질문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두분이 골고루 질문하셨습니다)

교수님2: 음.. 그래.. 요즘 반도체들이 작아지고 있는데 size가 작아지면 무슨 문제가 일어나나?

나: 회로적 측면과 소자적 측면이 있는데 어떤 부분으로 설명드립니가? (회로적으로는 interconnect delay, 소자에서는 leakage current등 말씀드리려고 생각중..)

교수님2: 아무거나..

나: 저번 학기에 집적회로소자설계를 배웠기 때문에 최근 배운걸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interconnect delay가 커져서 capacitive문제뿐만 아니라 resistance도 커지고 그럼 delay가 .......어쩌구 저쩌구..

교수님2: 음.. 그건 delay측면이고...

나: 아 그럼, leakage current가... (말하려는데)

교수님2: 괜찮아요 됐어요. 나가봐도 좋아요.

나: 감사합니다! (한 10분쯤 한듯합니다. 더 길수도..)


3번방(회로방)

회로방으로 알고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질문은 회로랑은 좀 관계없는 내용들이었어요.

자기소개후,


교수님1: exponential jw0t 를 시스템에  넣으면 출력은?

나: eigen function이므로.. 어쩌구저쩌구..

교수님1: pulse train그려봐라. Fourier transform하면?

나: 슥슥.. (으잉? 회로방인데..?) 이렇게 저렇게 하면 freq영역에서도 반복되면서.. 어쩌구저쩌구..

교수님1:  음, 그러면 그걸통해서 sampling theorem 증명해볼수 있겠나?

나: 네!(워낙 많이 봤던거고, 거의 달달 외웠던 내용이라 기뻤지만 회로방에서 왜 이걸 물어보실까 궁금해하며 설명했습니다)

pulse train을 freq. domain으로 옮기고 X(j(w-kws)) 쓰면서 거의 다 왔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끊으시면서...

교수님1: 그정도면 됐어. 그 이후는 다 아는것 같네.. (옆 교수님 보시면서)여쭤보실거 있나요?

교수님2: (조금 뜸들이시다가)... 공수 배웠나? 공업수학..

나: 네... (약간 불안 -_-;;;)

교수님2: Residue가 뭐지?

나: (음... ) 일단 수학적인 원리를 정확히 배우기보단 공학적 측면에서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 대부분 배웠기 때문에 수학적증명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보통 closed line integral을 할때 사용했고, 1/2pi j (인테그랄 c 어쩌구 ) 쓰다보니까..

교수님2: 너무 어렵게 설명하지 말고 그냥 그게 뭐냐고. residue가..

나: 음.. 공수배울때 그걸 application해서 문제푸는 방식으로 배워서 수학적으로 설명못하겠습니다. 다만 신호와시스템, dsp때 Z transform의 경우 ROC가 enclosed된 루프이므로 그걸 따라서 이렇게 적용하면..

교수님2: 그래 너가 뭐 말하는진 알겠어. 즉 closed할때 line integral할때 쓴다는걸 말하는거 맞지?

나: 네.. 정확한 수학적 정의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사용법은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2: 알았어~ 나가봐도 좋네.

나: 감사합니다! (대략 9~10분쯤...?)


일단 면접은 이랬구요, 세번째 방은 들어가니까 아예 교수님들이 어느학교 몇등인지 다 알고 계시더라구요.. 성적표에 석차를 찍어냈기 때문에 당연히 아시겠지만 제가 들고들어간 원서들은 책상에 올려놨을뿐, 미리 교수님들은 다 알고 계신듯.. 앞에 모니터에 다 띄워놓고 면접보십니다. 


일단 tip을 말씀드리면, 

저같은 경우 여기 후기란에 있는 전자과 후기 웬만한거 다 뽑아서 정리했어요. 제 분야랑 안맞는 통신, 컴퓨터쪽은 그냥 상식선에서만 정리했구요.. 반복적으로 나오는 질문들은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가시길..

그리고 자신있는 말투로 말씀하세요~ 전 ~인것같습니다, ~라고알고있습니다 라는 불확정적인 말투지적받았으니까요 ㅎㅎ

자소서에 쓴 내용들은 최대한 다 공부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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